
퇴사 후 대체교사로 일하며 여러 어린이집을 오가고 있다. 자유로운 삶을 선택했지만, 그 안에서 나는 또 다른 감정들을 만나고 있다.퇴사를 한 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출근하는 장소가 매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갈 곳이 정해져 있었다. 익숙한 건물, 익숙한 사람들, 익숙한 업무.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늘은 어디로 가는지,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어떤 선생님들과 함께하게 될지 알 수 없는 날들이 많아졌다.
처음 가는 어린이집의 문을 열 때면 아직도 약간의 긴장이 찾아온다.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
낯선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그곳의 이방인이 된다.
아이들은 나를 처음 보고, 선생님들도 나를 처음 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아이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이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서로 모르던 사이였는데 어느새 손을 잡고 이야기를 건네고, 함께 웃고 있다.
어른들은 서로를 알아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들이라 그런 걸까.
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얼마나 오래 함께할 사람인지 따지지 않는다.
그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가끔은 그런 아이들의 태도가 부럽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 많은 조건을 따지게 되니까.
오늘 하루도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바쁜 아침을 보내는 부모님들, 아이들을 위해 애쓰는 선생님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겉으로는 평범해 보여도 누구 하나 쉬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고, 보이지 않는 무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잠시 머문다고 해서 대충 머물고 싶지는 않다.
짧은 시간이라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래서 내일도 나는 낯선 곳으로 출근할 것이다.
가장 다정한 이방인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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