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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살던 집을 떠나며

앤의스토리 2026. 1. 30. 17:07


10년을 살던 집에서 이사를 해야 했다.
같은 단지에서만 네 번째 집이었다.
다른 동네로 떠나지 않고 그곳에 머물렀던 이유는 분명했다.
학령기에 접어든 아이들 때문이었다.
통합학급에서 적응하며 학교를 다녔던 큰아이,
유치원 시절부터 이어진 친구 관계 속에서 자라던 작은  아이
나는 아이들에게 **‘옮겨 다니는 집’이 아니라 ‘돌아올 수 있는 고향’**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형편 때문에 친구들과 멀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남편과 우리는 늘 같은 말을 반복했다.
“대학 갈 때까지만, 여기서 버텨보자.”
결국 우리는 그 약속을 지켰다.
아무 준비 없이 재계약을 바라던 어느 날,
살던 집이 매매로 나가게 되면서 이사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불안했고 막막했지만,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이삿날, 집주인은 오래 살아줘서 고맙다며 한우 세트를 들고 찾아왔다.
집을 잘 지켜줘서 고맙다며, 배려의 뜻으로 이사 비용까지 보태주었다.
우리는 우리대로 아이들에게 고향 같은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어 감사했다고 인사를 전했다.
서로 눈시울을 붉히며, 말보다 깊은 감사가 오갔다.
새로운 부동산 정책 이후 전월세 시장은 얼어붙어 있었다.
매매 물건은 쌓이고, 선택지는 줄어들었다.
집을 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막막했다.
그런데 정말 다행히도,
살던 동네에서 멀지 않은 바로 옆 동네에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었다.
최신 설비로 지어진 새 아파트였고,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우리가 가진 보증금으로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짧은 시간 안에 집을 구했고,
생활 반경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래된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가구를 새로 들이며
뜻밖의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삶은 늘 나를 롤러코스터 위에 올려놓지만,
돌아보면 나는 그 오르막과 내리막을
어떻게든 버티며 잘 지나온 것 같다.
세입자의 삶이 언제 끝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래도 청약통장을 다시 들여다보며
언젠가의 보금자리를 조용히 꿈꿔본다.
그리고 지금,
반짝이는 새 아파트에 머무는 이 시간만큼은
다가오지 않은 미래로 나를 보내지 않으려 한다.
불안 대신 현재에 머물며,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보려고 한다.
불안은 여전히 곁에 있지만, 나는 오늘도 이렇게 한 칸씩 잘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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